유난히도 힘든 비행이었다.
승무원들끼리 비행을 꺼리는 취항지들이 있는데 이유는 다양하다. 비행시간 대가 좋지 않거나, 승객 프로파일이 별로이거나. 그런 비행은 피하고 싶어 한다.
사실 그날이 그런 날이었다. 승무원들이 싫어하는 취항지 중 한 곳. 비행시간 대도 별로인데, 승객 프로파일도 별로인 곳.
한 커플 승객이 비행기 도어가 닫히기 직전에 탔다. 지각한 그 커플 승객을 기다리느라 비행기는 지연됐다. 나는 서둘러 좌석 안내를 도우려 다가갔다. 안타깝게도? 그 커플이 배정받은 좌석이 달랐다. 아마 그게 화근이었을까. 여자 승객이 짜증 섞인 말투와 샤우팅이 시작됐다. 어찌어찌 착석은 끝났지만, 그 여자 승객은 끝까지 나를 째려봤다.
내가 동네 북인걸까. 착륙 직전에도 나에게 짜증을 다시 내기 시작했다. 이유도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샤우팅이 너무 당황스러워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쳐다봤다. 그녀의 샤우팅 덕분에 다른 주변 승객들이 잠에서 깼다.
다행인지(?) 부사무장님의 지시는 따랐다. 한편으론 억울하기도 했다. 왜 나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걸까. 사무장님은 더 한 케이스도 많다며,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나를 위로했고, 다른 동료들도 나에게 비행 끝나면 잊어버리고 스트레스받지 말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고마운 동료 덕분에 그나마 정신 줄 잡고 퇴근했다.
근데 그 힘들었던 비행에서 고객 칭송편지를 받았다. 내 이름을 어떻게 기억하셨을까. 내 이름까지 언급하며 칭찬을 해주셨다. 유독 힘든 날이었는데, 이 칭송레터로 그날의 그 사건이 다 용서가 되는 느낌이랄까.
나를 칭찬한 그 고객이 누구인지 모른다. 칭송레터를 받을 때면 승객들에게 나의 작은 친절이, 나의 작은 진심이 전달됐다는 사실에 행복해진다.
유독 힘들었던 그날이, 행복했던 비행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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