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눈/책

[쓰면서 사랑하게 된 날들] 내가 바보처럼 느껴질 때,

by 경험부자 2024. 7. 16.
728x90
 
쓰면서 사랑하게 된 날들
자신을 잃어버려 깜깜해졌을 때, 전날을 돌아보며 하루를 다시 쓴 엄마의 새벽 일기다. 아이는 너무 예뻤지만 자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하루를 간신히 보내던 저자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어제를 돌아보며 4년간 일기를 썼다. 글쓰기를 통해 지난날의 아이가 눈부시게 다가왔다. 사소한 것들의 가치가 새롭게 반짝였다. 마음이 흔들렸던 순간이 보이고 들려왔다. 일기장에 쌓인 글을 삶이라 부르면서 자신과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 쓰면 쓸수록 보잘것없는 자신의 삶이, 그리고 모두의 삶이 소중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총 2부로 구성된 책에는 쓰는 과정이 일으킨, 삶을 응시하고 사랑하게 한 시간이 담겨 있다. ‘사랑하기 위해 썼던 날들’이 1부라면, 그 시간을 건너 ‘쓰면서 사랑하게 된 날들’을 맞이하는 이야기가 2부를 채운다. 파티셰이기도 한 저자는 일주일에 한 번 아이와 베이킹을 하고 밥을 짓는다. 매일의 글감을 모아 사색으로 다듬고 공들여 글로 굽는다. 흩어지는 순간들을 사로잡아 삶에 대한 사랑을 키우는 그만의 레시피를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그렇게 날마다 지은 글들이 한 편의 시 같은 에세이로 차곡차곡 쌓였다. 이 책은 독자에게 자기 경험과 사유를 불러일으키며 독자의 어제도 한 편의 글이 되고 영화가 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언젠가 놓쳤던 웃음과 울음을 되살려 준다. 책에는 손쉬운 매일의 요리와 홈베이킹을 위한 레시피, 때로는 힘겹고 자주 지루한 매일을 넘겨줄 마음의 키워드가 요약되어 있다. 저자의 아이뿐 아니라 독자와 독자의 아이들에게까지 내 손으로 삶에서 기쁨을 길어 올리는 사소한 방법을 공유하고픈 바람을 끼워 넣었다. 또한 책에는 저자가 글쓰기를 배워 온 진솔한 시간의 기록이 담겼다. 글쓰기를 원하지만 어려워하는 독자에게 하나의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울면서 글을 나누었던 첫 글쓰기 모임, 블로그에 매일 글을 썼던 4년, 브런치 작가와 오마이뉴스 기자 데뷔, 독서 모임과 도서관 글쓰기 모임, 시 수업, 쓰는 사람을 꿈꾸게 해 준 작가와의 만남까지. 그가 글을 쓰기 위해 시도한 노력과 만남을 연결하면 ‘글 쓰는 마음’이라는 별자리가 새겨진다. 그처럼 저자의 고스란한 노력이 발걸음처럼 찍힌 모습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글쓰기의 시작과 지속을 고민하는 독자에게 유익한 지도가 될 것이다. 글쓰기는 혼자 하는 일이라 여겨 쉽게 지쳐 버렸던 이에겐 함께 쓰기라는 믿을 만한 방법을 제안한다. 계속 쓸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존재들을 자세히 소개하며 독자들에게도 용기를 내라고 응원하는 결말이 인상적이다.
저자
춤추는바람
출판
르비빔
출판일
2024.06.30

 

간만에 좋은 책을 읽었다. 한참 내가 바보같다고 느껴지고 무기력하게만 느껴질 때였다. 

무얼해야 할지,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하나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고 막막하기만 했는데, 이 책을 읽고 잔잔한 위로를 얻었다. 그리고 나도 글이 쓰고 싶어졌다. 

 

서두를 필요 없고 내게 맞는 속도로 꾸준히만 가면 된다고.
부끄러워 지우고 싶었던 상처가 나만이 가진 결이 될 수 있다고. 
쓸모없는 시간이란 없는거라고. 
예상되는 결말에서 벗어나 낯설고 새로운 이야기를 향해 갈 힘이 나에게도 생길 거라고. 
내게 주어진 삶의 순간들 잘 받아들여 그로써 그늘과 열매를 맺고 언젠가 빛을 낼 수 있다고 믿으면서. 

형광펜 그어가며 마음에 와닿는 위로되는 문장을 곱씹었다. 마음은 아직 쉽사리 좋아지지 않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싶다. 억울하고 아직은 분한 내 마음이, 내 상처가 나만이 가진 결이 되기를. 쓸모없는 시간은 없으니 오늘도 부단히 나를 잘 보듬어 주고 싶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