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고 지는 것에 대해
만개 전 벚꽃을 봤기에 일주일 뒤에 다시 사쿠라 공원에 갔다. 당일 아침에 비 예보가 있었기에 비 오면 벚꽃이 다 떨어지겠단 생각에 아침부터 준비해 밖을 나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도착해서 지하철역을 나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고 공원에 들어섰다. 만개한 벚꽃이 비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왜 하필 비가 내릴까 생각했는데, 비가 오면 오는대로 벚꽃은 또 그대로 예뻤다. 아 이것도 낭만이지 생각하며 우산을 쓰고 사쿠라 공원을 다시 거닐었다. 일주일 전엔 꽃봉오리 가득했던 벚꽃나무들이 완전히 만개한 채 "봐, 비가 와도 너무 예쁘지?" 뽐내는 듯했다.
날씨가 흐려 좀 쌀쌀했는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사람이 붐비던지. 비가 와도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보였다. 어떤 중국 아주머니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릴스도 찍으시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의자에 앉아 노래를 부르시기도 하고, 유치원에서 놀러 온 아이들은 비를 피해 벚꽃 나무를 그리고 있었다. 각자의 봄날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아이들은 이 날을 어떻게 기억할까. 사람 많은 곳을 꺼려하는 나인데도 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누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덩달아 행복해졌다.
강 주변엔 한그루의 벚꽃나무만 만개했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빠짐없이 예쁜 분홍색이 됐다.
공원 한바퀴를 다 돌고, 아쉬워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이렇게 만개한 예쁜 벚꽃을 또 보는 게 쉽지 않을 거라 더 아쉬웠다. 그리곤 생각했다. 고작 일주일인데 벚꽃이 이렇게 만개했다는 게 놀랍고, 또 이렇게 비 조금 바람 조금에 벚꽃이 지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지난주만 해도 꽃봉오리였던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꽃을 피웠나 싶은데, 벌써 지기 시작했다는 게 실은 조금은 어이없고 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 근데 꽃이 피기 전에도, 꽃을 피운 후에도, 그리고 질 때도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우리에게도 꽃피우는 시기가 분명 있을 거다. 꽃 피우기 위한 노력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꽃을 피우는 시기는 너무 짧게 느껴진다. 그리고 고작 조금의 비바람에 금세 질지도 모른다. 근데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예쁜 벚꽃을 피운 채 조금은 더 길게 있어주면 좋으련만.
벚꽃이 내가 준 교훈. 어느 때라도 아름다우니 충분히 하루하루 귀하게 살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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